"길을 걷다 누군가 거품을 물고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는 모습을 본다면, 어떻게 대처하시겠습니까?"
과거 '간질'이라고 불리며 신내림이나 전염병처럼 취급받았던 병, '뇌전증(Epilepsy)'. 이 병은 정신 질환이 아니라,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뇌 신경세포의 일시적인 물리적 오류일 뿐입니다. 뇌전증이 발생하는 뇌과학적 원리와 다양한 발작의 종류, 그리고 주변 사람이 발작을 일으켰을 때 우리가 저지르기 쉬운 가장 끔찍한 응급처치 실수를 파헤쳐 봅니다.
1. 뇌에 벼락이 치다: '전기적 폭풍(합선)' 현상
우리의 뇌는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(뉴런)들이 미세한 전기 신호를 주고받으며 몸을 움직이고 생각을 만듭니다.
통제력을 잃은 뇌의 과부하
건강한 뇌는 이 전기 신호를 질서 정연하게 통제하지만, 뇌전증 환자의 뇌에서는 특정 부위의 신경세포가 갑자기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전기 에너지를 한꺼번에 폭발(방전)시킵니다. 마치 컴퓨터에 과전압이 흘러 화면이 멈추거나 오작동을 일으키듯, 이 전기적 폭풍이 뇌를 휩쓸고 지나가는 수 분 동안 환자는 의식을 잃고 온몸의 근육이 제멋대로 수축하는 '발작(Seizure)'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.
2. 거품을 무는 것만이 발작이 아닙니다
전기 폭풍이 뇌의 어느 부위에서 시작되었느냐에 따라 증상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납니다.
- 전신 발작 (대발작): 전기 폭풍이 뇌 전체로 퍼진 상태입니다.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쓰러지고, 온몸이 뻣뻣해지며 격렬하게 떨립니다. 침(거품)을 흘리거나 소변을 지리기도 합니다.
- 부분 발작 (국소적 발작): 뇌의 일부분에만 번진 상태입니다. 한쪽 팔다리만 까딱까딱 떨리거나, 갑자기 옷 단추를 만지작거리는 등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합니다.
- 결신 발작 (소발작): 주로 어린이에게 나타납니다. 쓰러지지 않고 하던 행동을 멈춘 채, 마치 '멍때리는 것처럼' 수 초간 허공을 응시하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옵니다. 아이가 산만한 것이 아니라 뇌전증 증상일 수 있습니다.
"자주 멍해지거나 원인 모를 두통, 어지럼증이 있나요?"
뇌혈관이나 신경계의 전기적 신호에 이상이 생기진 않았는지 전반적인 뇌 건강을 점검해보세요.
뇌 건강 및 신경계 이상 증상 진단3. 혀를 깨물까 봐 입에 수건을 물리지 마세요
가장 중요한 것은 발작을 목격했을 때의 응급처치입니다.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잘못된 상식을 따라 했다가는 환자를 질식시켜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.
① 절대 입에 무언가를 쑤셔 넣지 마세요
발작 중에는 턱 근육이 수백 킬로그램의 엄청난 힘으로 수축합니다. 혀를 깨물까 봐 손가락, 수건, 숟가락 등을 억지로 밀어 넣으면, 환자의 이빨이 다 부러지거나 기도가 막혀 질식하게 됩니다. 뇌전증 발작 중 혀를 심하게 깨물어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.
② 몸을 꽉 잡거나 주무르지 마세요
떨리는 팔다리를 억지로 펴려고 꽉 누르면 오히려 뼈가 부러집니다. 발작은 뇌의 전기가 방전될 때까지 기다려야 끝납니다. 주변의 위험한 물건(유리, 모서리)을 치워주고, 머리 밑에 푹신한 겉옷을 대주어 뇌진탕을 막는 것이 최선입니다.
③ 고개를 반드시 '옆으로' 돌려주세요 (회복 자세)
발작이 끝나갈 때쯤 환자는 입에 고인 엄청난 양의 침과 거품을 토해냅니다. 똑바로 누워있으면 이 침이 기도로 넘어가 폐를 망가뜨립니다. 숨을 쉴 수 있도록 환자의 몸과 고개를 옆으로 돌려 침이 밖으로 흘러나오게 해주세요. 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합니다.
편견이 병보다 더 아픕니다
뇌전증은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꾸준히 약(항경련제)을 복용하면 환자의 70% 이상이 발작 없이 완벽하게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만성 질환입니다. 길에서 발작하는 사람을 보더라도 당황하거나 피하지 마세요. 그저 뇌에 작은 벼락이 치고 지나가기를 조용히 기다려주며 고개를 돌려주는 것만으로도, 당신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한 위대한 구조대원이 될 수 있습니다.
수면 부족이 뇌 신경의 교감신경을 폭주시켜 발작의 스위치를 켜는 생리학적 기전을 확인하세요.